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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티 슬라바(슬로바키아) 세계명소

August 25, 2010 | Article Posted By - 흑장미, seoul

 성마틴 대성당.gif

투박한 열차에 오르면 중세로 떠나는 슬로바키아(Slovakia) 여행은 시작된다. 열차 안의 낯선 언어는 무뚝뚝해도 친근함이 있다. 보헤미안의 풍류가 서린 수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는 고풍스럽고 정감 넘친다. 잊혀졌던 ‘원초적’인 동유럽의 향수가 담겨 있다.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깊은 동유럽’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여행자들로 가득 채워진 프라하의 카를교나 부다페스트 왕궁에 서면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와 있는 듯하다. 다국적 사람들의 혼란스런 언어, 빠른 발걸음 소리는 귀를 어지럽게 만든다.

 

 

미카엘스 탑은 브라티슬라바 구시가의 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탑 주변에는 노천바들이 늘어서 있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의 한가운데 놓여 있으면서도 생소하게 다가왔던 브라티슬라바는 그런 점에서 여행자의 마음을 빼앗는다. 오스트리아 의 수드반호프역(Südbahnhof, 남역)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는 열차로 불과 1시간 걸릴 뿐이다.


오스트리아 동쪽 끝, 마세그역(Marchegg)을 넘어서면 풍경은 달라진다. 빈의 도시 향은 사라지고 정겨운 시골풍경이 나타난다. 열차로 동유럽 국경을 넘는 것은 재미와 스릴이 넘친다. 차장이 도중에 바뀌고 출입국 검사도 까다롭다. 독일어를 쓰는 배낭족은 수프도 끓여 먹고 피리도 불어 대는 한가로운 모습이다. 촌스런 유니폼의 차장 아저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이다.

 

 

동유럽의 오랜 향수가 투영된 도시

 

비엔나에서 브라티슬라바행 열차에 오르는 순간
고풍스런 동유럽 여행은 시작된다.

브라티슬라바 중앙역은 유럽의 외딴 시골역 같은 정경을 만들어낸다.

 

 

브라티슬라바 중앙역인 흘라브나 스타니카(hlavná stanica)는 기대만큼이나 여유롭다. 수드반호프역에서 봤던 마음 급한 단체관광객을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MT라도 온 듯 배낭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퉁긴다. 슬로바키아의 수도가 아니라 소박한 시골 마을의 정경이다.

 

역 주변에서 구시가로 이어지는 길목은 고즈넉하다. 골목 어느 곳에서나 이정표가 되는 곳은 브라티슬라바성이다. 성은 슬로바키아의 동전에도 새겨져 있고 각종 기념품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로마와의 변경(邊境)을 지켜냈던 성은 1800년대 헝가리의 지배 때 파괴됐다가 재건축됐다. 한때는 대통령의 거처였고 국회의사당 건물로 이용되기도 했다.

 

성루에 오르면 브라티슬라바는 도나우 강(다뉴브 강)을 중심으로 두 가지 모습으로 나뉜다. 한쪽은 창백하고 다른 한쪽은 소담스럽다. 구시가, 신시가에 대한 경계선은 어느 도시보다 명확하다. 구시가지는 헝가리 통치 시절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유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리 건너 신시가는 사회주의식의 황량한 회백색 건물로 채워져 있다.

 

 

 

슬로바키아 기념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브라티슬라바 성.

 

 

도시에는 슬로바키아의 애틋한 역사도 서려 있다. 슬로바키아는 오랜 기간 헝가리의 통치를 받았고, 브라티슬라바에는 200년 넘게 헝가리의 수도가 들어서기도 했다. 체코와 병합돼 체코슬로바키아를 세운 뒤에도 경제 발전은 대부분 체코 중심으로 이뤄졌고 전통 농업 국가였던 슬로바키아는 늘 뒷전이었다. 뒤늦은 개발은 1989년 벨벳혁명 이후 재분리된 슬로바키아가 오히려 옛 흔적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보헤미안의 소박하고 고즈넉한 정취

브라티슬라바 구시가지 여행은 미카엘스 탑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14세기에 세워진 미카엘스 탑은 오랫동안 브라티슬라바의 관문이었다. 성 마틴 대성당, 성 프란시스코 교회, 시청사 등 대부분의 볼거리들이 인근에 몰려 있다. 성 마틴 대성당은 슬로바키아의 역대 왕과 왕비를 기리고 있으며 성 프란시스코 교회는 브라티슬라바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 골목은 중세의 ‘고도’임을 항변하듯 규칙 없는 미로 같은 길이다. 흐비쯔도슬라보브 광장(Hviezdoslav Square) 등 구도시의 거리들은 빛바랜 건물과 그 건물에 기대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미로같은 구시가의 상징적인 기준이 되는 미카엘스 탑.

브라티슬라바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성 프란시스코 교회.

 

옛 시청사가 있는 광장 앞 주변은 노천바와 조각품들로 채색된다. 브라티슬라바의 명물인 소를 주제로 한 조각과 거리의 악사를 만날 수 있는 곳도 이곳이다. 노천바에 앉아 맥주를 주문하면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이 가득 담겨 나온다. 알싸한 맛이 강한 보헤미안 맥주는 구시가의 향취를 더욱 몽롱하게 만든다. 음악가인 프란츠 리스트 역시 도시에 취해 15차례나 브라티슬라바를 찾았다고 한다.

 

브라티슬라바 외곽에서는 외국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헝가리어, 체코어가 국어로 쓰이던 시절이 있었기에, 슬로바키아어를 제대로 쓸 수 없었던 이곳 사람들의 자국어에 대한 애착심은 대단하다. 그렇다고 여느 식당이나 모텔에서 언어 때문에 불편한 경우는 없다. 그림을 그려주면 그림으로 화답할 정도의 정성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유럽의 흥청대는 관광지와 달리 때가 묻지 않은 게 슬로바키아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구시가의 골목들은 다른 동유럽의 수도와 달리
고즈넉한 풍경이다.

 

브라티슬라바는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정감이 묻어나는 도시다.

 

 

 

 

슬라브족 여인들은 덩치도 아담하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가족뿐 아니라 체면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동양인들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순박하고 단아한 사람들을 동유럽의 숨겨 놓은 도시는 소중하게 간직해내고 있다.

 

가는 길
오스트리아 빈이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차를 타는 게 일반적이다. 빈의 수드반호프역에서는 평균 1시간 단위로 열차가 다닌다. 동유럽구간의 이동 때는 동유럽 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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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보헤미안 | 부다페스트 | 브라티 슬라바 | 슬로바키아

세계의 명소 '칸쿤'멕시코

August 11, 2010 | Article Posted By - 흑장미, seoul

Evening Grosbeak. Visitor Centre, Algonquin Pr...

Image via Wikipedia

칸쿤.gif

 

칸쿤(Cancún)은 카리브해의 욕망이다. 적어도 숱한 수식어 상으로는 그렇다.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곳, 중남미 청춘들의 허니문 열망지로 늘 앞순위에 오른다. 한국에서는 낯선 카리브해의 해변이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중독성 강한 '꿈의 휴양지'다.

 

 

호텔들은 호화로운 시설과 서비스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칸쿤은 산호로 만들어진 '7'자 모양의 길쭉한 섬이었다. 고기잡이 배나 드나들던 한적한 어촌마을은 휴양도시로 개발되며 섬 양쪽 끝이 뭍과 연결됐고 초호화 시설을 갖춘 호텔들이 들어섰다. 이제는 전 세계 호텔 체인을 이곳 칸쿤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옛 정취는 사라졌다.

 

150여 개의 호텔과 리조트는 흡사 성벽처럼 해변을 둘러싸고 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쉽게도 바다보다는 호텔 외관과 각종 인테리어에 시선이 집중된다. 빼곡한 호텔지역은 칸쿤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했고 그 화려한 유명세에 힘입어 칸쿤은 휴양, 허니문, 부의 상징으로 군림했다.

 

 

칸쿤은 아메리카 대륙의 청춘에게는 욕망이 실현되는 카리브해의 파라다이스다.

리조트에서 미녀와 조우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방인이 흥청대는 카리브해의 낙원

칸쿤을 육로로 다가서는 일은 드물다. 미국은 물론이고 쿠바 아바나, 남미 일대에서 수시로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비행기 창 너머로 내려다보면 자욱하게 밀려드는 게 카리브해의 파도다. 몰디브의 바다처럼 연둣빛 라군(석호)으로 채색돼 있지는 않지만, 해변의 규모에 있어서는 압권이다.


바닷가에 긴 평행선을 그은 듯 흰 모래사장은 20여km 이어진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산호 산맥이 섬 일대를 지나고 있고 산호가 파도에 부서져 하얀 모래를 만들었다. 유카탄 반도와 이어지는 북쪽 해안은 상대적으로 호젓한 편이며 동쪽해안은 드넓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 예전에 근해였던 지역은 다리가 놓인 뒤 호수가 됐는데 칸쿤에서 진행되는 각종 해상투어의 출발점도 이곳 잔잔한 니츄뻬(Nichupté) 호수다.

 

 

칸쿤의 북쪽 해변은 상대적으로 호젓한 분위기다.

할리우드풍의 나이트 클럽인 '코코봉고'.
영화 [마스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칸쿤에 들어서면 첫인상은 이곳이 멕시코 땅인가 싶다. 일단 멕시코 본토에서 잘 통용되지 않던 영어가 일상어처럼 쓰인다. 쿠클칸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대다수가 미국인들이다. 태평양 하와이쯤 와 있다는 착각이 밀려든다. 이방인들은 낮에는 뜨거운 해변을, 해가 지면 쇼핑가와 나이트클럽을 배회한다. 영화 [마스크]에도 나왔던 할리우드 풍의 '코코 봉고'는 이곳 나이트클럽의 대명사가 됐다. 술에 만취한 미국 청춘들을 만나는 것도, 깜짝 놀랄 물가와 돈 많은 부호들의 호사스러움과의 조우도 이곳 칸쿤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칸쿤이 선택된 자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칸쿤의 도심인 센트로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와 레스토랑이 몰려 있다. 라스 빨라빠스 광장은 돈 없는 여행자들에게는 마음 편한 놀이 공간이다. 단 바다까지 버스로 오가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멕시코풍의 호젓한 해변을 원하면 이슬라 무헤레스(무헤레스섬)로 향한다. 칸쿤에서 북동쪽으로 11km 떨어진 섬인 이슬라 무헤레스에는 현지인과 배낭족이 어우러지는 소박한 해변이다. 칸쿤처럼 시멘트벽이 만들어내는 단절감 없이 카리브해를 마음에 담을 수 있다.

 

 

고대 마야유적의 정수 치첸이트사

칸쿤행 발길의 의미를 채우는 곳이 치첸이트사다. 칸쿤에서 200km, 마야유적에 로망을 느끼는 여행자들이 당일치기 투어로 꼭 들리는 명소다. 사실 칸쿤과 함께 치첸이트사를 언급하는 것은 다소 이질적이다. 칸쿤이 떠들썩한 휴양지라면 치첸이트사는 천년세월의 문명이 숨쉬는 숭고한 땅이다. 천문학과 건축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마야유적은 신 세계 7대 불가사의에도 이름을 올렸고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칸쿤의 거대한 호텔과 바다에 들뜬 가슴은 이곳에 들어서면 숙연해진다.

 

 

쿠클칸의 피라미드는 천문학적인 건축미가 담겨 있다.

 

  

성기게 펼쳐진 돌덩이 사이에서 쿠클칸의 피라미드는 단연 돋보인다. 9세기 초 완성된 신전은 동서남북으로 늘어선 계단이 인상적이다. 피라미드는 마야인이 그들만의 달력을 사용한 지혜로운 부족임을 보여주는데 각각 91개로 된 4면의 계단에 정상 계단을 합하면 1년을 뜻하는 365일이 되는 천문학적인 구조를 지녔다. 신전 앞 정면에서 박수를 치면 뱀이 우는 소리를 내며 기이한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인신공양에 쓰인 자들의 해골을 쌓아올렸던 쏨판똘리나 우승자의 심장을 신에게 바쳤던 경기장, 성스러운 샘 등은 나란히 정렬돼 있다. 규모는 웅대하지 않아도 조각, 벽화 하나에도 마야인의 총명함과 재주가 깃들어 있다.

 

 

다양한 기둥이 오밀조밀하게 세워진 전사의 신전.

 

  

칸쿤은 태양, 바다, 파티, 호텔로 치장된 땅이다. 파도의 설렘과 밤의 흥청거림은 새벽까지 이어진다. 뭍 깊숙이 몸을 감춰버린 마야인처럼 '원초적 중미'의 모습은 해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카리브해가 만들어낸 휴양 특구의 세련된 향기만이 짙게 배어난다.

 

가는 길
미국 LA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멕시카나 항공 등이 칸쿤과 카리브해 연안국가들을 연결한다. 쿠바 아바나에서 입국하거나 미국으로 출국할 때는 심사가 까다로운 편이다. 칸쿤 호텔지역에서는 수시로 셔틀버스가 다녀 쇼핑 및 이동에 큰 불편은 없다. 칸쿤 버스터미널에서 치첸이트사로 향하는 버스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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